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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간 삶의 무늬, ‘인문’의 향연에 초대하며-김 병 일(21세기 인문가치 포럼 공동대표)
2014년 06월 28일 (토) 23:36:52 DGN webmaster@dgn.or.kr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징을 나타내는 표현은 많다. 많이 알려진 ‘이성적 동물’이나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이성’이나 ‘사회생활’을 들기도 하고, ‘도구’ 또는 ‘언어’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것은 당연히 정답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어떤 측면을 높이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모든 정의를 아우르는 하나의 포괄적인 정의를 생각해 보라면 어떤 것이 적합할까? 가장 근접하는 것은 아마 ‘문화적 동물’일 것이다.
‘문화’는 ‘자연’의 반대말이다. 이 둘의 차이는 학습 유무에 달려 있다. 배워서 갖게 되는 것이면 문화이고,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면 자연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는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습득하는 것인 반면, 자연은 선천적인 본능의 영역이다. 인간의 언어 사용 능력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능력은 태어나면서 갖추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때문에 ‘문화(文化)’는 종종 인간이 자연에 ‘무늬(文)를 새겨 넣어 변화시킨(化)’ 모든 행위의 총체로 풀이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늬를 새겨 돋아내는 행위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일까? 그렇지는 않다. 자연 또한 우주가 생겨난 이래 억겁의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의 고유한 무늬를 만들어 왔다. 하늘이 드러내는 무늬를 가리켜 우리가 ‘천문(天文)’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를 테면, ‘천문’은 곧 자연이 우주에 새겨내는 무늬다. 그러면 같은 무늬이되 자연이 새기는 무늬가 아니라 삶을 통해 새겨 온 인간 고유의 무늬를 ‘천문’과 구분하여 표현하려면 어떤 용어를 써야 할까? 요즘 사람들의 입에 부쩍 오르내리는 ‘인문’이라는 말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인문(人文)’은 말 그대로 ‘인간의 무늬’이다. 따라서 인문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자연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처럼 자연의 무늬를 연구하여 지식으로 체계화시키는 학문을 자연학이라 하는데 비하여 문학, 사학, 철학 등 인간의 고유한 정신활동의 산물을 다루는 학문을 인문학이라 하는 데에서 그 뜻이 한층 분명히 드러난다. 이렇게 본다면 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의 고유성, 즉 본성에 대해 묻고 답하는 학문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 일상과는 무관해 보이는 인문학이 결코 무관할 수 없는,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근래 인문학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외형적이며 지엽적이며 물질적인 가치들에 매몰되어 온 그동안의 삶이 직면한 한계들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환경오염, 국가 이기주의와 강대국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지역적 분쟁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 인종적 갈등, 사람들 속에서 더 외로워져 가는 소외 문제, 분명 돈은 더 버는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더 팍팍해져 가는 일상, 어느 것 하나 녹녹치 않은 오늘날 삶의 여건들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사람들은 인문학에서 답을 찾고 위안을 얻으려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는지 알아내고 ‘경로를 새로 찾기’ 위해서이다. 한 때의 유행에만 머물지 않는다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성찰하게 하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부응하여 우리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국제적인 인문학 대회가 곧 열린다. 7월 3일부터 6일까지 안동에서는 개최되는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이 그것이다. ‘현대 세계 속의 유교적 가치’라는 주제 아래 저명한 국내외 학자,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이번 포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깊다. 유학으로 대표되는 지역의 전통 인문 가치를 세계적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거기서 조화와 화해, 소통과 상생을 모토로 하는 새로운 문명의 길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고 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어느새 빵만으로 살려하고 또 빵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바로 생각하며 살지 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 결과이다. 바쁜 일상을 쪼개서라도 모처럼 펼쳐지는 풍성한 인문학의 향연에 우리함께 참가하여 ‘생각하는 삶’의 기회를 가져보기를 권한다. 지역의 문화적 저력을 확인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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