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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영 경북대교수와 학생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 지도 知好樂발간
2008년 06월 27일 (금) 23:08:42 관리자 webmaster@dgn.or.kr

   
   
천선영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와 경북대 학생 20명이 함께 경북대라는 공간의 문화적 해석을 담은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 지도 知好樂‘(천선영/경북대학교 문화사회학(실습)팀 지음, 경북대학교출판부, 총 2권, 각각 365페이지, 337페이지)이 발간됐다.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 지도 知好樂’은 경북대 학생들이 직접 경북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제작한 책이다.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사진 자료도 모은 것이다.

다음은 지호락에서 보도자료 대신 보내온 텍스트의 의미에 대한 책임집필자의 글이다.

<이야기가 있는 텍스트 쓰기>
-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문화적 의미 -

천 선 영 (경북대 사회학과)

1. 오늘 우리 삶의 자리에서 다시 생각하는 ‘문화’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사고와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가는 과정’이라고도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의미부여하기’와 ‘의미만들기’로 이해할 때 그 시작은 우리 삶의 자리, 일상일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2. 일상에서 문화적 의미를 길러내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매체 - ‘이야기’

그런데 그 의미부여는 ‘기억’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기억이 역사요, 기억하는 방식을 문화라 부를 수 있다면, ‘이야기’(narrative)는 우리의 일상에서 기억을 ‘문화적’으로 담고 옮기는, 의미를 부여하고 만들어가는 가장 오래되고도 강력한 기제/형식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왔고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가 문화라 부르는 의미의 체계가 자라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승은 비유와 이야기를 통해 가르쳤고 제자들은 즐겁게 들었습니다. 제자들은 이따금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뭔가 좀 더 깊이 있는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스승은 확고부동했습니다. 제자들이 온갖 불평을 해도 스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과 진리 사이의 가장 가까운 지름길은 이야기라는 것을 언젠가는 알아듣게 될 것이다”(디치(William Dych). 2007. 『앤소니 드 멜로』. 분도출판사. 9쪽)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다! 재미없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을 끌어다 앉히고 그들의 귀를 열고, 마음의 문을 여는 힘이 이야기에는 있다. 내가 이야기쓰기를 밥벌이로 하는 사람들을 샘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소설가들은 “자,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는 가짜입니다,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시작하는데 그 이야기가 사회과학자들이 핏대 올리며 말하는 ‘사실’보다 더 사실 같고 더 큰 울림을 가져오니 어찌 부러워할만한 놀라운 재주가 아니겠는가?

3. 일상에서 길어 올린 텍스트를 이야기에 실어보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허구를 만들어낼 재주를 타고나지 못했으니 나의 삶의 터전인 일상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두 개의 작업을 시작했다: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와 <일상 ․ 문화 ․ 공간>(대구 지역의 지금 현재 ‘일상문화지형도’라 부를만한 성격의 작업). 3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들을 지내고 이제 전자(前者)의 작업결과를 먼저 출간하게 되었다.

작업의 취지는 간단했다: 일상에서 길어올린 텍스트를 이야기라는 형식에 실어보는 것. 60여 년의 세월이 하나의 공간에 쌓여 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말해지고 들어질 의미가 있지 않겠나,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이야깃거리와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겠나 그리 믿었고, 그 의미들을 이야기라는 형식에 담아보고 싶었다. 공식적인 기록들이 있으나 ‘재미가 없으니’ 읽히지 않고, 읽히지 않으니 특정한 시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적 ․ 문화적 의미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번에 출간되는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 텍스트는 ‘경북대’라는 하나의 학교에 관한 텍스트에 ‘불과’할 수 있지만, 더 큰 맥락에서 일상을 이야기라는 형식에 담아낸 문화, 문화적 텍스트쓰기 작업(cultural meaning through narrative writing)의 하나로 이해되길 바란다. 그리고 또한 특정한 ‘공간의 생애사’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이 작업이 ‘물리적 공간의 문화적 재발견’으로, 이야기로 그리는 지도 = ‘문화적 인지지도(cognitive map)’를 만드는 작업의 한 예로 읽힐 수 있기를 희망한다.

4.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야기의 힘 = 문화의 힘

문화를 일상의 의미를 담는 이야기로 다시 읽어내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를 문화로, 역사로 길러내는 실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실 무언가가 문화적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과정은 우선적으로 ‘기억’과 그 기억들을 이야기로 되살려 내고 있는 우리들 안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이 느끼고 해석하는 기쁨을 누린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이야기는 새로운 해석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입담 좋은 이야기꾼은 탁월한 문화해석가인 것이다.

(문화적) 의미는 주어져있는 것을 넘어 발견하는 자,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다, 그리 믿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돈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의 동력,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5. 이야기해주는 사회학자

지난 학기 수업을 같이 했던 학생 한 명의 꿈은 ‘글쓰는 사회복지사’란다. ‘사회학 박사’라는 자격증을 걸치고 각종 ‘잡글’을 쓰는 나의 소망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회학자가 되는 것이다.(그래서 선생으로서의 나의 작은 바램 하나는 내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없는 것, 졸다가도 깨는 것이다.^^) 치밀함, 체계성... 이런 것은 어쩐지 본래부터 내게 잘 안 맞는 옷인 듯 하고, 뭔가 좀 어설프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이 무럭무럭 자라 새로운 (문화)이론의 작은 싹이라도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6. ‘무식하게’ 진행된 작업의 과정들

경북대 신문, 60년사, 단대사 등 가능한 모든 자원들을 거의 전수 조사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거쳤고,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여 그 기록을 남기고, 수 십 번의 현장 방문과 확인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기억과 자료(문서, 사진 등)의 부재와 부정확성, 오류 그리고 기억과 자료를 재가공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들과 끝없는 전쟁을 해야 했는데, 반세기밖에 되지 않은 세월의 기억을 재현하는 데 이리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었다.

텍스트 작업은 일종의 ‘집단 글쓰기’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5% 짜리 텍스트를 10%로 만들고, 거기서 다시 15% 텍스트를 만들어가는 고되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인쇄․출판 과정에만 반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학생들부터 출판부․인쇄소까지 -적어도 이런 책 출판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아마추어’들이 모여 뭘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 무식’하게 작업이 진행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 이야기로 문화적 텍스트 쓰기

이번 작업은 일상을 문화로 읽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상을 문화(이야기)로 쓰고 기록하기를 통해 일상을 문화로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고 스스로 의미 부여해 본다. 이 책 안에서 이야기를 먹고 자라는 문화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참고 2) <경북대 교수회보> 2008년 4월 Vol 51. 12-13쪽.

이야기를 먹고 자라는 문화 ‘이야기’

워낙 식탐이 있는 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서는 유독 자주 과식을 하곤 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과식을 한 후에 밀려오는 후회라니... 언젠가 곰곰 생각해보니 그건 어머니의 이야기 ‘탓’이었다. 어머니의 밥상에 오른 음식들은 모두 나름의 심오한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배추김치는 손수 텃밭에 심어 가꾼 귀중한 것인데다 100% 안심 유기농 야채이고, 도토리묵은 지난 가을 동네 뒷산에서 자식들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다람쥐들 눈총 받아가며 허리 아프게 주워 모으신 도토리로 만든 것이고, 낙지볶음은 할머니표 볶음을 유독 좋아하는 손주 녀석을 위해 특별히 장만하신 음식이었다. 하다못해 유난히 짜게 무쳐진 나물에도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식구 모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먹어야만 하는 나름의 절절한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무엇 하나 까닭 없는 것이 없으니, 이 음식에도 저 음식에도 젓가락질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어느새 그 밥상을 깨끗이 비워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내면화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과식은 필연이었다!

어머니의 밥상은 늘 그렇게 올망졸망한 ‘의미들’로 채워져 있었고 그 의미들은 어머니의 입을 통해 ‘네버엔딩 스토리’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렇게 키워져서일까? ‘이야기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3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학생들과 함께 작업해온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 지(知)․호(好)․락(樂)>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경북대라는 공간과 그 안에 쌓여온 60여 년의 세월, 그리고 그 세월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700여 쪽에 달하는 두 권의 예쁜 책이 되었다. 무슨 특별한 게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60여 년의 세월이 하나의 공간에 쌓여 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말해지고 들어질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이야깃거리와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믿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모두 그 놈의 -멀리서도 학교 위치를 쉽게 가늠하게 해주는- ‘물탑’(고가수조)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아니 저게 물탑이야? 물탑 치곤 지나치게 우아하군! 처음에는 그냥 ‘아니 왜 물탑이 상징탑인 척 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다가 ‘나름 우아한 물탑 이야기’, 그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모든 게 이 타고난, 주체 못하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외지인’인 것도 탈이라면 탈이었겠다. 모든 게 ‘신기’해 보였으니까. ‘경북대 귀신’이 되겠다거나... 뭐 그런 다짐 같은 걸 했던 건 결코 아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세상일이 그러하듯, ‘뭘 몰라서’ 저지른 일이었다.

아무튼 ‘이야기문화지도’작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학교 곳곳을 자박자박 새겨 걸으며 축적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마음에 담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너무 익숙하고 친숙한 것이기에 무심코 스쳐갔을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강의실, 도서관, 산책길과 나무아래 벤치에 이르기까지 교내의 모든 공간들은 이곳에서 어제를 살아낸,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고 내일을 살아낼 이들의 이야기를 보듬어 안고 있다. 사실 이 공간이 소중한 것은 그 ‘기억’과 그것을 이야기로 되살려 내고 있는 우리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문화지도’를 통해 우리의 생활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이 느끼고 해석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어 가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경북대학교라는 공간이 여러분에게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 그 처음이 ‘이야기문화지도’를 통해서였다고 말해질 수 있게 되길 감히 바래본다.

‘새롭다’는 것은 단순히 이전과 다르다는 것만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적극적인 ‘의미부여’의 시작이라 믿는다. ‘이야기문화지도’에 펼쳐진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통해 다시 살아 숨쉬고, 여러분의 기억들이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가게 되길 빈다.

문화라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 우리의 사고와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야기’를 통해 구현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이야기는 새로운 해석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입담 좋은 이야기꾼은 탁월한 문화해석가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시작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화를 일상에서의 ‘의미만들기’와 ‘의미부여하기’로, 일상의 의미를 담는 이야기로 다시 읽어내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를 문화로, 역사로 길러내는 실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문화적) 의미는 주어져있는 것을 넘어 발견하는 자,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다, 그리 믿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돈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의 동력,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다시 생각하건대 끊임없이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이야기꾼인 내 어머니의 밥상은 대단히 ‘문화적’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그분은 적어도 어느 정도 성공한 문화적 해석가이신 셈이다. 식구들을 늘 과식하도록 만드셨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있는 경북대 문화지도>가 여러분들을 행복한 과식으로 이끌 수 있는 이야기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간의 고생을 덮는 큰 기쁨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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