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2020.4.1 수 16:08
> 뉴스 > 칼럼 > 열린칼럼 | 이영진
     
섹스 파트너
2010년 10월 17일 (일) 17:29:31 대구코넬비뇨기과 이영진원장 www.conel.co.kr
오르가즘을 느끼기 전후에 한 약속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무효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오르가즘을 느낄 때면 잠시나마 제 정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면 뇌 속의 피의 흐름이나 기능이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능을 맡고 있는 앞부분의 기능은 떨어지고 운동을 맡은 소뇌 부위는 활발해져서 순간적으로 멍청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계 도중 옛 애인의 이름을 불렀다거나 평소 입에 올리지도 않던 육두문자를 끊임없이 해댔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리곤 한다. 그만큼 오르가즘은 우리 의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오르가즘은 맥박과 호흡을 빨라지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키며 동공을 확대시키고 치골 미골근을 수축시켜 소변을 보다가 억지로 참을 때와 같은 근 수축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몸의 변화들을 초래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도의 성 교육서 카마수트라는 오르가즘을 느낄 때 의식 변질을 조심하라는 웃지 못할 경고까지 내놓았을까.

하지만 이와 같은 찬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오르가즘을 그림의 떡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건이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주부 임 모씨도 그랬다. 처녀시절 비뇨기과 상담원으로 일했던 임 씨는 섹스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을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에게 오르가즘을 선사하는 G 스팟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남성의 어떤 체위가 여성의 G 스팟을 자극하는지, 오르가즘을 느낄 때 여성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남성은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녀는 눈을 감고도 달달 욀 수 있을 만큼 그 방면에 통달해 있었다. 그런데도 실전에만 들어가면 그 모든 지식은 무용지물이 됐다. 무엇보다 그녀 앞에 선 남자들이 한결같이 작아진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미안해요. 내가 그만 긴장을 해서... 어제 너무 과음을 했더니...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움츠러든 페니스를 보며 남자들이 변명을 했지만 그녀에겐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남자들은 왜 내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걸까. 비뇨기과 상담원이라는 내 직업 때문에? 아니면 내가 노처녀라는 사실이 부담스러워서?... 이러다 처녀로 늙어죽으면 어떡하지? 서른 다섯을 넘기면서 그녀는 점점 히스테리컬하게 변해갔다. 오르가즘은 커녕 딱지조차 떼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도 한심한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희소식이 날아왔다. 강한 남자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친구 덕분이었다. 친구는 헬스클럽에 등록하자고 했다. 강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헬스클럽에는 과연 이두박근이며 왕자 복근을 가진 남자들이 수두룩했다. 섹스를 잘 하려면 뭐니뭐니해도 허벅지 근육이 좋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그녀는 대퇴부 근육이 가장 발달한 남자를 골라 집중 공략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퇴부 근육이 가장 발달한 그 남자와 데이트를 하기에 이르렀다. 기대했던 대로 남자는 일찌감치 모텔에 들었다. 그녀는 불안했다. 이 남자마저 안 되면 어쩌나. 그럼 또 어디 가서 남자를 구하지? 그런 불안감이 여자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저기 잠깐만요. 일단 손부터 씻구요.”... “ 저기요... 남자들은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야 발기를 잘 할 수 있대요.. 그러니까 심호흡 한 번 크게 하시고 제가 맘에 안 드시면... 여기 마릴린 먼로가 있다고 여기시고... 힘을 잘 모아보세요...”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은 남자의 목을 휘감으며 조근조근 속삭였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그가 그녀의 팔을 내치며 말했다. “하 참 그 여자 진짜 말 많네...” 그날 밤 그녀는 울며겨자먹기로 그 남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원 나잇 스탠드로 만난 연하의 남자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섹스는 이론이 아니다. 지식은 더더욱 아니다. 섹스는 한 순간의 감응이요 반응이다. 사람들이 부부나 애인이 아닌 섹스 파트너와 짜릿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여유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정신적 환경적 제약도 없이 자신을 자유롭게 내보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황홀한 섹스에 이르는 첫 걸음인 것이다. 오르가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들 무엇하겠는가. 어차피 오르가즘에 이를 수 없다면 그 모든 지식은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을... 그러니 오늘만이라도 당신의 상대를 한 번쯤 섹스 파트너로 여겨볼 일이다. 방금 전 만난 아주 신선한 사람... 오로지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 만난 부담 없는 사람... 그래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판을 벌여도 흉허물이 되지 않는 사람... 그렇게 부담 없는 만남을 가질 때 오르가즘은 비로소 찾아올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면 육체적으로도 훌륭한 섹스 파트너가 돼주어야 한다는 것. 기질적인 어떤 결함도 갖지 않은 멋진 페니스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것. 그것 정도가 조건이라면 조건일까.
대구코넬비뇨기과 이영진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 DGN(http://www.dgn.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전체기사의견(0)
DGN 우)42020 대구시 수성구 동대구로 390, 1502호(범어동, 범어타워) TEL: 053)751-3657 | FAX: 053-759-3657
등록번호 : 대구 아 00019 | 등록일자 : 2008년5월13일 | 발행·편집인 : 박연찬 | 청소년보호정책 담당자 : 박연찬
Copyright 2008 by DGN. DGN 기사등 모든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mail to webmaster@dg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