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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궁합과 소울 메이트
2010년 10월 03일 (일) 23:07:45 대구코넬비뇨기과 이영진원장 www.conel.co.kr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정숙해보여서, 어떤 이는 성실해보여서 사랑을 선택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첫 인상이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사랑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학벌이나 집안이 좋다는 이유로 사랑을 선택하고 또 어떤 이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선택한다. 모두들 육체(혹은 물질)와 영혼이라는 두 개의 스펙트럼 사이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육체, 혹은 영혼이라는 극단의 조건만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영혼의 만남만을 강조하는 소울 메이트형과 육체적 조화만을 강조하는 속궁합형이 그것이다. 이제 막 40줄로 들어선 김 씨. 그는 직업도 외모도 괜찮은 총각이었지만 연애에는 늘 젬병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한 눈에 뿅 가는 상대만을 찾기 때문이었다. 그가 꿈꾸는 사랑이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척 다가오는 여자, 마치 필름이 감기듯 자신의 눈이 그 사람 앞에 딱 멈춰 서는, 운명의 짝을 만나는 것이었다. 뇌나 심장이 아니라, 영혼이 상대를 선택하는 일, 그래서 영혼의 작동으로 모든 일이 척척 처리되는 그런 일이 바로 그가 꿈꾸는 사랑이었다.

그는 영화 ‘번지 점프를 하러 가다’ 에 나오는 태희 같은 여자를 좋아했다. 비오는 날 자신의 우산을 버려둔 채 남자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 여자, 왈츠를 가르쳐준다며 스킨십을 유도하는 여자, 남자가 다가가면 모른 척 딴전을 피우는 여자, 세상에서 하나뿐인 라이터를 만들어 선물하고 그 때문에 영영 자신을 못 잊게 만드는 여자... 유혹은 하되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 않는, ‘고양이과 여자’ 가 바로 그가 찾는 상대였다. “고양인 아무리 배가 고파도 구걸하지 않지. 상대가 다가갈 때까지 그저 시선만 던져두는 거야” 그가 원하는 여자는 그처럼 도도하고 기품 있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여자였다. 그런 그 앞에 어느 날 여자가 나타났다. 내숭 9단에 ‘고양이과’ 그 자체인 여자였다. 비오는 날 우산 속으로 뛰어든 것도, 다가가면 딴전을 피우는 것도 ‘번지 점프’의 태희 같았다. 본격적인 연애를 앞둔 어느날 그녀가 선물을 내밀었다. 반지였다. “이거 십 년도 넘게 갖고 있었어요. 지난 십 년 동안 연애도 했고 프로포즈도 받아봤지만 막상 주려면 늘 아깝더라구요. 헤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근데 지금은 왠지 하나도 아깝지가 않아요.” 그런 그녀의 고백에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찌이이잉. 그는 고압 전류에 감전된 사람처럼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그녀가 예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고춧가루 낀 이빨로 자신을 배웅하는 여자, 문 열린 화장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볼 일을 보는 여자, 아무데서나 방귀를 뿡뿡 뀌어대는 여자...그녀는 그렇게 변해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그 놈의 신비주의를 내세우며 밤일에 늘 소홀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위로하듯 친구가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눈에 낀 콩깍지, 그거 한순간이랬지? 남녀는 뭐니뭐니해도 색정이 최고라구...” 육체의 조화만을 따지는 ‘속궁합형’ 친구는 주방에서 일하는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니 와이프, 밤일엔 영 젬병이지? 웬지 알아? 이마에 머리털이 규칙적인 여자는 대개 성에 약하거든. 게다가 이마가 넓고 인중이 짧으니 명기도 아닐 테구...그러니 밤일엔 늘 소홀할 수 밖에... ” 아내를 보는 그의 얼굴에 회한이 어렸다. 행복한 결혼은 결코 환상이 아니며 영혼과 육체가 함께 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까닭이었다. 아랫도리 일을 늘 경멸해왔던 그, 사랑이란 그저 영혼만의 문제임을 주장해왔던 그 자신이야말로 수컷으로서의 본능을 상실해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제4의 감정’이란 용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친구사랑 섹스가 하나로 융합된,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제4의 감정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어쩌면 육체적인 섹스와 사랑, 그리고 우정이 결합될 때 비로소 남녀 관계가 완성된다는 뭐, 그런 의미가 아닐까. 그러므로 바람직한 남녀라면 모름지기 영혼의 만남 못지않게 육체의 만족 또한 중시해야 할 것이다. ‘너는 내 운명’ 이란 꼭 영혼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오히려 육체적인 끌림에서 사랑은 더 깊어질 수 있으므로... 그러니 남성들이여. 오늘도 여성에게 사랑을 듬뿍 안겨줄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보자. 사랑하는 여성이 ‘너는 내 운명’이란 감탄과 함께 마음껏 안겨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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