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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의 평등
2020년 09월 13일 (일) 19:52:51 김동길 Kimdonggill.com
나는 일찍이 골프에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한국인의 골프 취미’에 대한 부정적인 자세를 표명한 적이 있었다. 어떤 일간지에 짧은 칼럼을 연재하던 때인데 한국인에게 있어서 골프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특히 공직자들에게 골프를 멀리 하라고 일러준 적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나는 골프채를 잡아본 일도 없이 나의 좋은 세월을 다 보냈다.

요새 TV에 비치는 해외 골프장을 보면 캐디는 다 남자인데 골퍼가 여자인 경우에는 그런 사실이 더 두드러진다. 옛날에 우리나라 골프장에도 골프를 치는 사람과 그의 골프 도구들을 지고 다니는 캐디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오랜 세월 골프 치는 사람과 그의 짐을 나르는 캐디 사이에 분쟁이 적지 않았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캐디의 보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사실은 골프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가 무겁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아 어깨에 메고 골프코스를 따라 다니는 이들의 고통도 이해를 하기는 해야 한다. 골프를 치는 사람과 골프채를 매고 따라다니는 캐디 사이에 엄연히 깊고 깊은 계급의 늪이 존재하지만 골프 시합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그런 관념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아무리 사회주의를 한다는 나라도 골프 치는 주인과 그를 돕는 캐디를 같은 계급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보고 들은 것은 평등을 표방하는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독재국가야말로 실은 평등을 외면하고 권력을 잡은 자가 독재 내지는 독주를 할 가능성이 가장 짙다는 것이다. 정적이던 트로츠키와 그의 추종자들을 해치운 소련의 스탈린은 어쩌면 지구상의 가장 불평등한 사회주의자였을 것이다. 문화혁명을 감행한 중국 공산당의 모택동 역시 스탈린 못지않은 독재자였다.

뭐든 사회주의는 평등을 꿈으로 삼고 밤낮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 일거라고 믿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생각과 행동이 딴판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가 비민주적이고 반민주적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사회주의의 간판을 내걸고 권력을 잡은 자들의 추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언하는 바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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