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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보기 좋은 사람은 없다.
2020년 02월 28일 (금) 22:54:55 김동길 Kimdonggill.com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보면 사람들이 남녀를 막론하고 늙는 것을 싫어하고 늙었다는 말을 왜 들으려 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젊어서는 무척 보기 좋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늙어서 보기 흉하게 된다. 그것이 인생의 이치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그런 노년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그 날에 대비하는 마음의 자세가 꼭 필요하다.

부엌에서 마구 쓰는 사발도 60년이 지나면 골동품이 된다. 100년쯤 된 것은 값이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새 것을 좋아하지만 낡은 것, 옛날 것을 찾아서 쓰는 독특한 인간들도 없지 않다.

여러 해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낸 정동교회의 이심 장로가 <노년연가>라는 책 한 권을 펴냈는데 그 중에 노목에 관한 재미있는 글이 한 편 들어 있었다. 경기도 용문사에 있는 한국에서 가장 수령이 높은 은행나무 이야기였는데 나도 두서너 번 가서 본 적이 있다.

“그 나라 망하니 베옷을 감으시고...”의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홀연히 떠나서 금강산으로 가다 심었다는 전설도 있고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서 수령 천 백년이나 되는 웅장한 그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고 전해진다.

사람과 달리 마을 어귀의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는 그 모습도 우람하고 동네 사람들이 다 우러러 본다. 사람이 은행나무처럼 또는 느티나무처럼 늙을 수는 없는가. “없다”가 정답일 것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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