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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5. 대한민국의 현재-1
2019년 09월 15일 (일) 21:37:10 허화평 미래한국재단이사장 webmaster@dgn.or.kr
대한민국의 자유주의 체제는 빅뱅처럼 탄생하여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온 탓에 큰 정부와 작은 정부, 관치경제와 시장경제 문제를 두고 원론적인 면에서 논의했거나 이념적으로 다투어 본 바가 없었습니다.
1980년대에 와서 미국으로부터 작은 정부 큰 시장 경제바람이 한국에도 상륙했으나 기본적으로는 큰 정부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관치경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전환기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기준으로 볼 때 선거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관용과 타협이 부재하고, 민주적 절차가 소홀히 다루어지고 법과 질서가 문란하고, 권력정치가 강하다는 점에서 비자유민주주의 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경제는 자유시장경제 기준으로 볼 때 정치권력과 관료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여 작은 시장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은 중진국 중에서 비교적 많이 개방되어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개방했다기 보다는 외부 압력에 의하여 개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측면이 강합니다.
인허가가 까다롭기로 이름이 나있고, 조세행정은 기업하는 사람, 영업하는 사람들을 질식시킬 정도로 일방적이며, 은행 문턱은 높고 한 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경직된 시장경제 체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만은 2008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래 국내외 기업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1년 사이에 종전의 법인세율 25%를 17%로 낮추었습니다.
우리정부 역시 25%였던 법인세율을 2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으나 3%밖에 낮추지 못했습니다.
법인세율 17%를 부담하는 대만시장과 22%를 부담해야 하는 한국시장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국제 조세기관에 의하면 2010년 대만은 지난 해 국가경쟁력 순위23위에서 8위로 도약했고, 정부 효율은 18위에서 6위로 수직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학계, 언론계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성장과 분배, 경쟁과 평등, 시장경제와 혼합경제, 큰 정부와 작은 정부 문제를 두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상의 이면에는 지식사회의 학문적 이론 제공이 미약했고 진지한 고민이 적었다는 학문적 태만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보수와 진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보수에 관한 한 보수로 자처하는 인사들이나 보수를 비판하는 인사들 공히 에드먼드 버크의 글을 읽었다는 흔적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보수적 자유주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가 쓴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 2009년 봄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128년 앞선 1881년에 번역하고 읽었습니다.
영국의 ‘더 타임즈’지 서울 특파원 앤드류 새먼 기자는 2009년 1월 13일 자 조선일보에 우리가 듣기 거북한 글을 실었습니다.

‘한국에는 ’전문가의 충고’를 신뢰하지도, 존경하지도, 높이 치지도 않는다. 지금껏 한국경제는 산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결합을 바탕으로 굴러왔다. 한국이 저신뢰사회였던 탓에 인간관계가 결합을 유지하는 핵심 접착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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