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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내가 노인이 되었지?
2018년 11월 30일 (금) 14:28:29 김동길 Kimdonggill.com
내 나이 78세 이던 때 나의 잡기장에 이런 글을 쓴 것을 최근에 발견하였다: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로 통한다. 수염이 있으니 ‘수염 할아버지’, 이름이 있으니 ‘유명한 할아버지’로 불리 운다.”

내가 만일 결혼을 해서 아들이나 딸을 두었다고 하면 그들도 이제 60대가 훌쩍 넘었을 것이다. 더러는 70살이 가까울 지도 모른다. 내가 해방 전에 평안남도 평원군에 있는 영유라는 고장에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을 때 내 나이가 겨우 18세였다. 그 학교에는 젊고 예쁜 여교사들이 여러 사람 있었고 그 중에서도 경성 여자 사범학교 출신의 김승자와 공주 사범학교 출신의 김석실은 지금도 그들의 이름 뿐 아니라 얼굴도 기억하고 있다. 모두가 미혼의 여성들이었다.

그 때는 일본이 시작한 대동아 전쟁(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아들 가진 사람들은 며느리 감을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내가 말일 그때 그 여교사들 중에 한 사람을 골라 결혼을 하였더라면(그 여성들 중에 내 말을 듣고 나와 결혼 할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그 이듬해에 딸 하나쯤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오늘 내 나이 91세가 되었으니 그 딸이 과연 몇 살이나 되었을까 혼자 웃어본다. 올해 수첩에 있는 연령 대조표를 보니 그 딸의 나이는 73세 일 것이라고 적혀있다. 예쁘게 생긴 딸 이었으면 좋겠다. 아! 생각하니,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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