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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납량”
2017년 08월 11일 (금) 10:16:20 DGN webmaster@dgn.or.kr

억울한 백성들의 한(恨]이 납량의 전통소재로

귀신(鬼神), 조선시대 억울하고 슬픈 백성들의 초상
괴력난신을 멀리하면서도 귀신 이야기를 일기장에 기록한 조선 사대부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은 지난 10일, 2017년 여름특집으로 “납량”을 소재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를 발행하였다. ’납량(納凉)’이란 한자의 뜻은 들일 ‘납’에 서늘할 ‘량’으로서 ‘서늘함을 들이다’ 또는 ‘서늘맞이’를 뜻한다.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를 가진 “피서”보다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띠는 단어이다. 웹진 담談 8월호에서는 억울함을 당한 백성들의 한이 쌓여 만들어진 “귀신”을 한국적 납량의 특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설의 고향’ 납량특집이나 영화 “곡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조선은 성리학적 이념을 제도와 정책으로 충실하게 구현해 내기 위해 노력한 왕조였다. 왕조를 이끌어간 사대부들은 성리학 이념을 생활의 실천윤리로 민간에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면서도 현실생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불교와 무속신앙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쓴 일기류에 나타나는 ‘귀신’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이러한 면면을 발견하게 된다.

   
▲ 사진 :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조재호趙載浩(1702~1762) 영정,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경상감사였던 조재호(1702~1762)의 <영영일기>에서는 아직 목숨이 붙어 있지만 산 사람도 아니고 망자도 아닌 ‘감옥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751년(영조 27) 세곡선이 난파하여 나라의 귀한 곡식을 모두 잃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간신히 살아남은 박태지, 이총점이라는 감관과 색리에게 곡식을 빼돌리고 세곡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혐의가 씌어졌다. 이들은 3년간 감옥에 갇혀 10여 차례의 혹독한 고문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정신이 혼미해져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감옥 귀신’이 되었다고 일기는 전한다. 이들은 비록 살아있기는 하지만 한없는 억울함을 품은 채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나 진배없는 존재이다.
한국의 귀신은 서양의 유령이나 괴물처럼 선량한 사람을 해칠 마음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한을 푼 후에 저승으로 가고 싶은 슬픈 존재인 것이다. 그렇지만 사대부들은 이런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데에 인색했다.

   
▲ 사진 :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저상일월(渚上日月)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박한광(1801~1834) 등이 쓴 <저상일월>에는 예천 고을 관아 동헌에 귀신이 자주 등장하여 관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여러 방책을 써도 귀신이 사라지지 않자 마침내는 동헌까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예천 관아에서는 방술사인 여모라는 자가 이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면서 관청에서 그를 잡아 연못에 던지자 진정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일기를 쓴 저자는 “과연 방술사의 소행인지, 아니면 관아에서 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생사람을 잡은 것은 아닌지 문득 궁금해 졌다.”라며 혹시 문제 해결을 위해 희생양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백성들은 결국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존재로서 “무당”을 찾아가게 된다. ‘전설의 고향’에서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처녀귀신이 새로 부임한 사또를 밤에 찾아가 자신의 한을 풀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이루어지기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대부들은 무당에게 의존하는 백성들을 어리석다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 무당들에게 깊이 의존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 영조조의 기록을 보면 ‘독갑방’이라는 무녀를 둘러싼 논란이 1년 여간 지속되고 있는데, 임금이 계신 편전에서 여러 신하들이 무당을 찾는 당대 사대부들의 처세를 비판하면서 처벌할 것을 주청하였다.

   
▲ 사진 :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신윤복의 『화첩』 중 「무녀신무」, 28.2 x 35.6cm, 간송미술관 소장

그럼에도 사대부들조차 무속과 주술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윤복(1758~미상)의 <무녀신무>는 양반댁 부인네가 바람난 남편 돌아오라고 몰래 하는 성주굿을 소재로 하고 있다.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젯거리를 굿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를 살아간 사대부들 중에는 현실에 억눌린 사람들의 귀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초자연적 현상들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꼼꼼히 기록을 해나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사적인 기록인 일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써두었다. 대낮에 나타난 귀신불(鬼神火) 이야기(권문해, <초간일기>), 관아에서 일어난 귀신 소동(박한광 외, <저상일월>), 귀신에 홀린 이야기(김령, <계암일록>), 시아버지의 원한을 풀고자 무덤을 파헤친 며느리 이야기(미상, <임천서당중건일기>), 시신을 검안하여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이야기(조재호, <영영일기>), 그리고 물고기와 개구리가 떼로 싸운 미스터리한 이야기(정경운, <고대일록>) 등 흥미진진하게 상상력을 자극하는가 하면,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써내려간 일기류에서 창작소재 발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낮은 사람들의 억울한 이야기
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납량물 창작의 계기가 되길

조선시대 선비들이 일기장에 써내려간 “귀신 이야기”는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까?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37권을 기반으로 총 3,670건의 창작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하여 웹진 담談을 발행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일기류를 소재로 하지만 주제의 선정은 지금의 일상과 늘 맞닿아 있다.

지난 8월 10일 발행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의 주제는 “납량”으로서, 조선시대에 사대부들이 자신의 일기에 남긴 귀신 이야기를 통해 귀신이란 존재가 “억눌린 존재들이 한을 풀기 위한 한 방편이라는 것,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임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다.

스토리테마파크 운영 담당자인 한국국학진흥원 김민옥 박사는 “일기류를 통해 조선시대 억울한 백성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이 시대에도 소외받는 계층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시공간을 넘어 전해져온 창작소재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납량물이 창작되고, 억울함과 슬픔이 씻어 내려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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